< 중국 칭다오 주재원에서 살고있는 우리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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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야기

중국 칭다오 주재원에서 살고있는 우리들의 일상

by 칭다오에서 아이 키우는 妈妈 2023. 12. 4.

 

바다가-보이는-서점에서-엄마와-딸의-뒷모습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TSUTAYA 서점

 
해외에서 살고 있다고 일상이 많이 달라진 건 없습니다. 다만 제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그들이 그리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말 못 하는 어린아이와 함께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끼나 봅니다. 가끔은 못하는 중국어로 낯선 사람이라도 잡고 말을 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두고 관광을 하러 다닐 수도, 중국어를 배우러 학원에 갈 수도, 운동을 배우러 갈 수도 없는 환경이라 초반 칭다오 2개월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꼼짝없이 아이만 돌보고 있자니 제가 사회로부터 뒤쳐지고 스스로를 잃어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결핍이 느껴지면 무엇이라도 채우고 싶어 집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배우고 싶고 새로운 것도 하면서 저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물처럼 흘러가니깐요.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바쁘고도 지루한 육아생활 속 작지만 저를 채워 나가려는 노력과 칭다오에서의 우리들 일상에 대해 공유해 보겠습니다.


아침에 갈아 마시는 커피는 참 향긋합니다

저의 일상의 시작은 창문 밖에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양치질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10분이 훌쩍 넘어가 버릴 때도 있습니다. 도시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바다와 높은 빌딩들을 보고 있자면 여행 온 느낌이 납니다. 그러면서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커피 원두를 갈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낭만적이지 않나요? 커피 원두도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가며 마셔봅니다. 예가체프, 아라비카, 과테말라 커피 종류도 알아갑니다. 이렇게 소소한 새로운 것이 제 일상에 추가되었습니다. 신맛 약간에 달큼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엄마 엄마" 하고 아이가 깨는 소리가 들립니다. 카페인 보다 아이의 목소리로 정신을 차리고 나면 우리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분유만 먹다 이유식을 지나 이제는 삼시세끼 먹으면서 혹시나 차려 준 밥을 다 안 먹으면 애가 탑니다. 아침부터 저는 먹이겠다고 아이는 그만 먹겠다며 전쟁을 치릅니다. 어느 중국분이 아침에는 가벼운 죽을 먹이는 게 좋다고 하더군요. 중국에는 정말로 다양한 죽이 있습니다. 그래서 죽으로 바꾸어 보니 점심도 더 잘 먹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은 토마토 계란죽 어느 날은 호박죽, 팔보죽, 좁쌀죽 등을 요우티아오라는 밀가루로 길게 반죽하여 튀긴 빵에 곁들여 먹으면 속이 든든합니다. 이렇게 저와 아이의 아침 식사가 끝나면 밖으로 나가 놀이터에 갑니다. 중국에는 어린이집이 없고 세 살 이후부터 유치원을 가서 그런지 한 두 살 아이들이 나와 놀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정말로 엄마와 아이들에게 관대하고 어린아이들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제가 중국에서 아이를 키우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이유입니다. 장난감도 내 거 니 거가 아닌 함께 놀고 서로 양보하며 공동육아를 하는 것처럼 놀다 옵니다. 그러다 보면 점심시간이 됩니다. 식사 후, 집에서 이리저리 놀다가 보면 드디어 낮잠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드디어 저만의 시간입니다.

 

 

아이의 낮잠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아이가 잘 때 저도 피곤이 몰려옵니다. 아이가 깨면 다시 육체노동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 시간에 함께 자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육아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때 잠을 자기가 너무 아깝습니다. 집안일을 조금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훅 흘러갑니다. 그래서 남은 한 시간이라도 저를 위한 시간으로 쓰고 싶어 집니다. 요즘에는 이렇게 블로그를 시작하며 글쓰기를 하고 어떤 때는 전공했던 그림을 그립니다. 쌓여가는 글과 그림들을 보면 왜인지 뿌듯해지고 시간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책도 읽으며 머릿속에 다른 생각도 담아 넣습니다. 육아하는 엄마들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남편들은 직장 다니며 월급이라는 결과치가 있고 본인을 발전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데 비해 육아생활은 집에서 하는 일이라 그런지 티도 안 나고 발전이 멈춘 느낌이 들어 우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걸 남편이 알아주고 따뜻한 한마디 해주면 좋을 텐데 또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니깐요. 그래서 이 시간만큼은 엄마가 아닌 나를 위해 쓰는 시간으로 저를 채워봅니다.

 

 

나들이

아이가 낮잠에서 깨면 간식을 먹입니다. 우유도 먹고 과일도 좋아합니다. 그러고 나면 어느새 신발장 앞에서 제 신발을 꺼내 나가자고 합니다. 아이들은 밖에 나가는 걸 참 좋아합니다. 세상 밖 모든 게 놀잇감이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평일에는 마트도 가고 산책도 갑니다. 요즘에는 자동차에 푹 빠져있어 자동차 체험 전시장에 가 시승을 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한국에서의 문화센터 같은 곳을 방문하여 놀이수업을 듣습니다. 과학, 음악, 체육 시간등 아이들의 두뇌, 대. 소근육을 위해 율동도 하고 연극도 하고 실험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평일이 지나고 주말이 오면 남편과 함께 조금 멀리 나들이를 갑니다. 바다로 공원으로 새로운 장소를 찾아갑니다. 저희는 주로 해천 호텔 앞 해변이나 중산공원 그리고 서점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TSUTAYA라는 서점을 좋아하는데 가장 큰 특징은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뷰 맛집입니다. 아이들의 코너도 잘 되어있고 서점 안 커피숍이 있어 입과 눈이 즐겁습니다. 서점 이름을 통해 유추해 보건대 일본 사람의 서점 같습니다. 유독 일본 책과 잡지가 많고 캐릭터 장난감도 있습니다. 주말 저녁은 주로 외식을 하는데 이런 곳 저런 곳 맛집 탐방도 합니다. 저희 부부는 다행히 중국음식을 참 좋아합니다. 딤섬, 중국요리, 특히 훠궈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먹는 것 같습니다.

 

 

잠자기 전 의식

잠을 자기 전에 치러야 할 의식이 있습니다. 우선 따뜻한 분유를 마신 후 따뜻하게 목욕을 합니다. 싫다고 울지만 양치도 시킵니다. 그리고 온몸에 크림을 듬뿍 발라주며 수분을 보충시킨 후 기저귀를 채우고 잠옷으로 입힙니다. 그리고 취침 전 책을 읽습니다. 눈이 슬슬 감기는 것이 보이면 불을 끄고 동물 관련 동요를 불러주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흥얼거리다 자기 싫은지 안 자려고 버팁니다. 그러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언어로 마구 종알 대다 어느 순간 조용히 잠이 듭니다. 그러고 나면 저도 씻고 내일을 잠시 준비한 후 잠을 청합니다.

 


 
 
칭다오에서의 우리들의 일상은 한국과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야외 활동이 적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더 그럴 것입니다. 그저 나와 아이를 둘러싼 바다, 공기, 바람, 그리고 사람들이 다를 뿐 우리가 지내는 일상은 소소하게 바쁘고 즐겁게 매일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