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그래도 쓸데 있는 칭다오
저는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식' 여행을 좋아합니다. 관광지는 찾아가지 않고 에어비앤비나 호텔 숙소를 잘 잡아 그 근처에서 현지인처럼 먹고 마시며 쉬는 것입니다. 여행보다는 휴식이라는 개념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다 보니 순간 힐링이 되지만 무언가 머리에 남는 건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해외 살기를 하는 지금은 오히려 여행자의 마음으로 칭다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이왕이면 여행지에 대한 역사를 알고 가면 더 잘 보이고 애정이 가잖아요.
칭다오 개요:
靑島(청도): 푸른 섬을 의미하지만 섬이 아님
위치: 산둥성 동부, 북동쪽은 옌타이 서쪽으로 웨이팡
크기: 중국 663 도시 중 15번째로 큼
인구: 약 1000만 명 정도로 예상
아는 만큼 보이는 칭다오
옛날 옛적에 칭다오는 작은 어촌마을이었어요. 19세기말 무렵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의 강대국들은 식민지 '땅따먹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지요. 독일 제국의 마지막 황제 빌헬름 2세는 뒤늦게 식민지 확장에 뛰어들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답니다. 이 시기 청일전쟁으로 승리한 일본은 청나라에게 랴오둥반도(산둥 반도와 보하이 만을 가르는 반도)를 달라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를 러시아가 반대하며 프랑스, 독일을 끌어 들어 '삼국간섭'이 시작됩니다. 이로 인해 일본은 물러나게 되지요. 식민지 확장을 위한 항구가 필요했던 독일은 호시탐탐 구실을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산둥성에서 독일인 선교사가 살해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올타구나! 이를 기회로 삼은 빌헬름 2세는 함대를 보내 산둥반도의 자오저우 만을 단숨에 점령해 버렸답니다. 이로 인해 1898년 청나라와 독일은 이 지역을 99년간 조차한다는 [교주만조차조약]을 맺습니다. 쉽게 말해 그 지역을 독일에서 강제로 사용한다는 것이지요. 독일군은 자오저우만에 요새를 구축하여 자유롭게 거주하며 중국 국내법을 따르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됩니다. 빌헬름 2세는 이 지역에 제일 먼저 필요한 물자를 가져올 철도를 건설하고 직접 칭다오라 명명합니다. 독일의 식민지배 기간은 17년, 그 흔적 중 하나가 칭다오 맥주 공장이랍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은 어수선한 틈을 타 독일군대를 공격해 칭다오를 차지합니다. 이때 칭다오 맥주 공장도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고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 됩니다. 조선에서는 1919년에 3.1 독립운동이 일어나는데 이에 영향을 받아 중국도 5.4 운동이 일어나면서 , 결국 1922년에 칭다오는 다시 중국에 반환됩니다. 1930년이 되어서 비로소 칭다오는 시가 되었답니다.
여기서 잠깐!!
독립운동가 윤봉길 칭다오 다녀가다
1930년 4월, 윤봉길 의사는 독립을 위해 큰 뜻을 품고 상하이로 넘어가는 여정으로 칭다오에 도착합니다. 윤봉길 의사가 도착했을 당시, 식민지 지배로 인한 독일풍, 일본풍, 중국풍 건물이 섞여 있는 이국적 도시였다고 합니다. 칭다오 맥주 공장은 물론이며 유럽풍의 빨간 지붕의 건물들과 일본이 심어놓은 벚꽃 등이 있지 않았을까요. 생활비와 일본인 감시를 피하기 위해 윤봉길 의사는 일본인 부부가 하는 세탁소에서 1년 정도 일을 한 후, 자금이 마련되어 상하이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알고 보는 5.4 광장 (五四广场)
398M + RW6, Donghai West Road, Qingdao 266071 China
5.4 광장 역 (May Fourth Square)
위에서 알아본 봐 같이 5.4 광장은 1919년 대한민국의 3.1 운동에 영향을 받아 일본 침략에 항거한 중국 시민운동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광장입니다. 1997년에 건설된 이 광장은 칭다오 중심부인 시남구에 위치하며 광장 앞에는 고층빌딩이 뒤쪽에는 아름다운 해안로가 펼쳐져 있습니다. 광장의 주요 조각상은 '5월의 바람'으로 불을 연상시키는 붉은색과 휘몰아치는 바람을 상징하는 나선 모양으로 칭다오의 큰 상징이 되었습니다. 계절 따라, 낮과 밤에 따라, 바람에 따라 이 조형물은 다르게 보이고 특히 저녁에는 조명을 밝혀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 명당입니다.
처음 5.4 광장의 오월의 바람 조각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바다를 보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웬 거대한 붉은 아이스크림 조형물이 있길래 참 중국스럽다 생각하며 스쳤습니다. 그런데 이런 슬픈 역사가 있었다는 걸 알고 보니 저에게는 어떤 강풍에도 끄떡없는 큰 횃불로 보입니다. 남의 땅에서 한 판 붙은 독일과 일본 그리고 식민 지배를 받았던 칭다오, 한국과 비슷한 역사를 지녀서 그런지 오늘은 이 도시가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래서 역사는 알아두면 쓸데 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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