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국음식 중 특히 훠궈를 좋아합니다. 훠궈(火锅)의 뜻은 불 위에 냄비를 올리고 끓여 먹는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 팔팔 끓는 맑은탕에서 고기와 야채를 건져 마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이만한 게 없을 정도로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매운 육수에 휘리릭 저은 고기를 입에 넣으면 혀가 얼얼해지면서 온몸이 뜨거워집니다. 훠궈 식당 문을 열면서부터 풍기는 그 특유의 향신료 향부터 코로 들이마시며 식사가 시작됩니다. 훠궈는 여러 사람이 함께 앉아 먹을 수 있는 대규모 음식이므로, 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모여 먹는 사회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훠궈를 주로 저녁 식사 시간에 즐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운 육수와 다양한 재료를 함께 끓여 먹는 것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기에 좋은 겨울 음식입니다. 그럼 이제 그 특별한 맛과 향이 매력인 훠궈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서민음식이었던 훠궈
훠궈의 유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와 설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훠궈가 쓰촨 지역에서 발전한 마라(麻辣)라는 향신료를 기반으로 한 음식으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향신료를 사용하여 육수를 만들고 고기와 채소를 끓여 먹는 스타일이 훠궈의 기원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지역은 주로 농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들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훠궈는 서민들이 저렴한 재료인 고기와 채소를 활용하여 만들었던 음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훠궈의 기본적인 구성은 식재료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강조하며, 고기와 채소를 다양하게 선택하여 끓여 먹는 스타일입니다. 이는 서민들이 가진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가격이 저렴한 재료를 활용하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대체적으로는 황실음식이 서민으로 퍼져 나가는데 비해 훠궈는 원래 서민들 사이에서 많이 즐겨 먹던 음식이 황실로 전파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훠궈는 명나라 시대(14세기-17세기)에 시작되었다고도 전해집니다. 당시에는 이미 중국에서 고기와 채소를 끓여 먹는 음식이 존재했으며, 이 음식이 훠궈의 원형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훠궈를 맛있게 먹는 방법
훠궈는 주로 양고기나 소고기 등의 고기와 채소, 해산물을 뜨거운 육수에 넣고 삶아 먹는 스타일의 요리입니다. 우선 육수를 골라야 하는데 종류는 다양합니다. 반으로 갈라져있는 동그란 냄비에 한쪽은 백탕 다른 하나는 홍탕의 조합을 주로 시켜서 먹습니다. 맑은 탕은 사골의 형태로 뼈를 우린 우유색의 탕 혹은 야채나 고기를 활용한 맑은 탕으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됩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사천의 매운맛을 원하는 경우에는 사천고추, 팔각향, 계피, 후추 등 몸에 좋다는 각종 한약재를 이용한 마라탕을 선택하면 됩니다. 그 밖에도 토마토탕 버섯탕 등이 있습니다. 육수가 끓으면 각종 고기류와 해산물 그리고 채소를 넣어서 재료가 충분히 끓어서 익으면, 다양한 양념소스와 함께 드시면 됩니다. 특히 마장이라고 불리는 땅콩소스가 대표적인데 마라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기도 하고 맑은 탕에 끓인 재료의 맛에 풍미를 더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땅콩소스 안에 다양한 양념을 개인의 취향껏 조합하면 되는데 식초, 설탕, 간장, 고수, 다진 마늘, 취두부, 고춧가루, 굴소스 등이 있으니 소스를 바꿔가면 먹어보는 것도 다양하게 드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고기와 해산물은 물론이고 각종 시금치, 숙주, 두부, 호박, 감자, 버섯, 고수 등의 먹고 싶은 재료 아무거나 끓여 먹을 수 있어 재료의 다양성도 무궁무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샤부샤부 먹을 때 칼국수와 죽도 해 먹는 등의 육수를 적극 활용하는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너무 짜거나 매운 것이 건강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훠궈 탕을 먹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심하셔야 할게 재료 손질이나 세척 정도가 한국만큼 깨끗하지는 않으니 육수에 끓여서 씻어 먹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크게 북경식과 사천식으로 나뉘는 훠궈
북경식 훠궈
북경식 훠궈는 맑은탕 스타일로 깔끔하면서도 풍부한 맛을 내며 주로 양고기를 사용합니다. 양고기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가지며, 훠궈에 잘 어울리는 고기입니다. 북경식 훠궈에서는 양의 내장을 추가하여 고유한 맛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양곱창이나 양막창과 같은 양품이 훠궈에 사용됩니다. 북경식 훠궈는 육수의 맛보다는 재료를 본연의 맛을 더 중요하게 여겨 재료가 더 고급진 경향이 있습니다. 북경식 훠궈는 단일 냄비를 사용하는데 신선로와 비슷한 '훠궈르'라는 것입니다. 냄비 한가운데에 숯불을 피워서 길쭉하게 쏟은 모양이 특징입니다. 불이 아래가 아닌 냄비 한가운데에서 끓이는 거라 국물이 더 뜨거운 경향이 있으며 냄비 특성상 건져서 먹는데 조금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사천식 훠궈
사천식 훠궈는 중국 사천 지방의 특색을 담은 스타일로, 매운맛과 향신료의 풍부한 조합으로 유명합니다. 사천식 요리하면 매운맛이 제일 유명한데 육수는 사천고추와 고춧가루 그리고 향신료를 다량으로 사용하여 매운맛을 살립니다. 정말 많이 매운맛이 강하여 한국사람들이 도전을 해볼 만 하지만 만만하게 보실 건 아닙니다. 그리고 소를 많이 키우는 사천지방은 양고기보다는 소고기를 많이 먹으며 생선과 죽순, 내장 등을 넣어 먹는 게 특색입니다. 냄비 가운데가 두 개의 구획으로 나뉘어 있어 한쪽 작은 곳에는 매운 양념재료로 되어있고 다른 한쪽에는 재료를 넣고 끓여 건져 먹을 수 있는 형태입니다.
처음 훠궈를 먹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중국 유학생 후배가 한국에 있는 훠궈 레스토랑 '불이야'를 가자고 해서 갔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맛인지도 몰랐습니다. 배도 아픈 거 같았고 몸에 베이는 냄새도 싫었습니다. 그런데 훠궈가 자꾸 생각나서 다시 한번 방문하고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되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훠궈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번 빠지면 정말 중독성 있는 음식입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훠궈를 먹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훠궈 먹으러 갈 때는 옷에 냄새가 많이 베이니 쉽게 세탁할 수 있는 옷이되 흰색 옷은 피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시며 훠궈 한 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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